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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세상/서평

박경리 유고시집 -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by 새끼사자우 2020. 4. 7.

 

박경리 유고시집 -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희망을 잃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남몰래 시를 썼기 때문인지 모른다

 

 

인간이 인간을

얼마나 알아야

얼마나 사랑하고 이해해야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를

끝없이 생각하게 만든 소설이 있었어요. 

바로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 인데요.

 

호흡이 참 긴 대하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한번 읽기 시작하면

결코 손에서 놓을 수 가 없는 소설이죠.

 

소설 속 그들의 삶이 너무나 애처로워서

너무나 눈물겨워서 목놓아 울기도 하고

때론 분노하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소설을 쓰신 박경리 작가님을

정말 존경하고 사랑하게 되었죠. 

천재가 아니실까... 

 

오늘은 그 분의 유고시집이죠.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를 소개할까 해요.

 

 

 

 

 

이 시집은 작가님이 마지막 순간까지 펜을 놓지 않고

남아 있는 모든 기운을 사르면서 남기신

39편의 시를 모아 책으로 만든 건데요. 

 

 

 

 

그 분의 어린 시절 사진도 볼 수 있고

이 사진은 30대 때 사진인데요. 

사진을 보면서 

인생이란... 무엇일까...

삶을 되돌아 보고 주위를 둘러보게 되더라고요.  

 

물론 

시를 보면서는 더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됐지요

 

 

히말라야의 노새 

 

히말라야에서 

짐 지고 가는 노새를 보고 

박범신은 울었다고 했다

어머니!

평생 짐을 지고 고달프게 살았던 어머니

생각이 나서 울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나는 박범신을

다르게 보게 되었다

아아

저게 바로 토종이구나

                                 - p.96

 

 

 

사람의 됨됨이

 

가난하다고

다 인색한 것은 아니다

부자라고

모두가 후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사람의 됨됨이에 따라 다르다

.

.

중략

.

.

 

인색함은 검약이 아니다

후함은 낭비가 아니다

인색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낭비하지만

후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는 준열하게 검약한다

 

사람 됨됨이에 따라

사는 세상도 달라진다

후한 사람은 늘 성취감을 맛보지만

인색한 사람은 먹어도 늘 배가 고프다

천국과 지옥의 차이다 

                                          -p.89

 

 

 

예전에는 이 시들이 좋았어요.

그런데 요즘엔 또 다르더라고요.

 

 

 

산다는 것

 

체하면

바늘로 손톱 밑 질러서 피 내고

감기 들면

바쁜 듯이 들 안을 왔다 갔다

상처 나면

소독하고 밴드 하나 붙이고

.

.

중략

.

.

 속박과 가난의 세월

그렇게도 많은 눈물 흘렸건만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p.13

 

 

마음

 

마음 바르게 서면

세상이 다 보인다

빨아서 풀 먹인 모시 적삼같이

사물이 싱그럽다

 

마음이 욕망으로 일그러졌을 때

진실은 눈멀고

해와 달이 없는 벌판

세상은 캄캄해질 것이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욕망

무간지옥이 따로 있는가

권세와 명리와 재물을 쫓는 자

세상은 그래서 피비린내가 난다

                                -p.122

 

 

여행

 

나는 거의 여행을 하지 않았다

피치 못할 일로 외출해야 할 때도

그 전날부터 어수선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

.

중략

.

.

그러나 나도 남 못지 않은 나그네였다

내 방식대로 진종일 대부분의 시간

혼자서 여행을 했다

꿈속에서도 여행을 했고

서산 바라보면서도 여행을 했고

.

.

중략

.

.

 

.기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혹은 배를 타고

그런 여행은 아니었지만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그런 여행은 아니었지만

보다 은밀하게 내면으로 내면으로

촘촘하고 섬세했으며

다양하고 풍성했다

.

.

중략

.

.

다만 내 글 모두가

정처 없던 그 여행기

여행의 기록일 것이다

                               -p.23

 

 

 

 

 

 

시집을 읽으면  

작가님의 어릴 때~ 삶은 어떠했고

외할머니, 어머니 등등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분의 이야기를 알 수 있어요.

불꽃 같은 정열과 분노, 사랑이

모두 느껴지지요.

 

식탁 옆에 두고 

한번씩 생각날 때마다 읽는데 

꼭 한번 읽어 보시길 추천드릴게요^^

 

p.s

위로가 되는 '시'가 항상 곁에 있기를 바라며...

 

 

 

 

 

 

 

 

 

 

 

댓글


박경리 유고시집 -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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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유고시집 -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by 새끼사자우 2020. 4. 7.

 

박경리 유고시집 -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희망을 잃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남몰래 시를 썼기 때문인지 모른다

 

 

인간이 인간을

얼마나 알아야

얼마나 사랑하고 이해해야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를

끝없이 생각하게 만든 소설이 있었어요. 

바로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 인데요.

 

호흡이 참 긴 대하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한번 읽기 시작하면

결코 손에서 놓을 수 가 없는 소설이죠.

 

소설 속 그들의 삶이 너무나 애처로워서

너무나 눈물겨워서 목놓아 울기도 하고

때론 분노하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소설을 쓰신 박경리 작가님을

정말 존경하고 사랑하게 되었죠. 

천재가 아니실까... 

 

오늘은 그 분의 유고시집이죠.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를 소개할까 해요.

 

 

 

 

 

이 시집은 작가님이 마지막 순간까지 펜을 놓지 않고

남아 있는 모든 기운을 사르면서 남기신

39편의 시를 모아 책으로 만든 건데요. 

 

 

 

 

그 분의 어린 시절 사진도 볼 수 있고

이 사진은 30대 때 사진인데요. 

사진을 보면서 

인생이란... 무엇일까...

삶을 되돌아 보고 주위를 둘러보게 되더라고요.  

 

물론 

시를 보면서는 더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됐지요

 

 

히말라야의 노새 

 

히말라야에서 

짐 지고 가는 노새를 보고 

박범신은 울었다고 했다

어머니!

평생 짐을 지고 고달프게 살았던 어머니

생각이 나서 울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나는 박범신을

다르게 보게 되었다

아아

저게 바로 토종이구나

                                 - p.96

 

 

 

사람의 됨됨이

 

가난하다고

다 인색한 것은 아니다

부자라고

모두가 후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사람의 됨됨이에 따라 다르다

.

.

중략

.

.

 

인색함은 검약이 아니다

후함은 낭비가 아니다

인색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낭비하지만

후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는 준열하게 검약한다

 

사람 됨됨이에 따라

사는 세상도 달라진다

후한 사람은 늘 성취감을 맛보지만

인색한 사람은 먹어도 늘 배가 고프다

천국과 지옥의 차이다 

                                          -p.89

 

 

 

예전에는 이 시들이 좋았어요.

그런데 요즘엔 또 다르더라고요.

 

 

 

산다는 것

 

체하면

바늘로 손톱 밑 질러서 피 내고

감기 들면

바쁜 듯이 들 안을 왔다 갔다

상처 나면

소독하고 밴드 하나 붙이고

.

.

중략

.

.

 속박과 가난의 세월

그렇게도 많은 눈물 흘렸건만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p.13

 

 

마음

 

마음 바르게 서면

세상이 다 보인다

빨아서 풀 먹인 모시 적삼같이

사물이 싱그럽다

 

마음이 욕망으로 일그러졌을 때

진실은 눈멀고

해와 달이 없는 벌판

세상은 캄캄해질 것이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욕망

무간지옥이 따로 있는가

권세와 명리와 재물을 쫓는 자

세상은 그래서 피비린내가 난다

                                -p.122

 

 

여행

 

나는 거의 여행을 하지 않았다

피치 못할 일로 외출해야 할 때도

그 전날부터 어수선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

.

중략

.

.

그러나 나도 남 못지 않은 나그네였다

내 방식대로 진종일 대부분의 시간

혼자서 여행을 했다

꿈속에서도 여행을 했고

서산 바라보면서도 여행을 했고

.

.

중략

.

.

 

.기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혹은 배를 타고

그런 여행은 아니었지만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그런 여행은 아니었지만

보다 은밀하게 내면으로 내면으로

촘촘하고 섬세했으며

다양하고 풍성했다

.

.

중략

.

.

다만 내 글 모두가

정처 없던 그 여행기

여행의 기록일 것이다

                               -p.23

 

 

 

 

 

 

시집을 읽으면  

작가님의 어릴 때~ 삶은 어떠했고

외할머니, 어머니 등등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분의 이야기를 알 수 있어요.

불꽃 같은 정열과 분노, 사랑이

모두 느껴지지요.

 

식탁 옆에 두고 

한번씩 생각날 때마다 읽는데 

꼭 한번 읽어 보시길 추천드릴게요^^

 

p.s

위로가 되는 '시'가 항상 곁에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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