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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세상/서평

밥벌이의 지겨움 / 김훈 에세이

by 새끼사자우 2020. 4. 13.

[책] 밥벌이의 지겨움 /김훈 에세이

 

p.15

한평생 연필로만 글을 쓰다보니, 잡지사 편집자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산다.

아무래도 컴퓨터로는 글이 써지지 않는다. 컴퓨터를 배우려고 한 번도 노력해 본 적이 없다.

그 물건의 편리함을 모르지는 않지만, 그 누르면 나오는 물건을 볼 때마다 왠지 나하고는 인연이

없을 것 같아서 나는 컴퓨터 배우기를 포기해 버렸다.

팔자에 없는 짓은 원래 하지 않는 게 좋다.

연필로 글을 쓰면 팔목과 어깨가 아프고, 빼고 지우고 다시 끼워 맞추는 일이 힘들다.

그러나 연필로 쓰면, 내 몸이 글을 밀고 나가는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은 나에게 소중하다.

 

김훈 작가는 연필로 쓰는 느낌이 소중하다고 하죠.

저는 독자로서 연필로 쓴 글들을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희열이 소중하고 감사해요.  

많은 글을 접하면서 탁월한 글을 만난다는 것, 그런 작가가 저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참 행운인 거 같아요.

 

밥벌이의 지겨움은 소설 '칼의 노래'의 저자 김훈의 에세이로

2002년부터 2003년까지 신문이나 잡지에 발표한 칼럼이나 에세이를 모은 것으로 

총 50여 편 정도 되고요. 기자생활을 오래한 김훈 작가 특유의 직관력과 판단력, 흔들림없는 

날카로운 인문적 사유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책이에요.   

 

 

  

#밥벌이의 지겨움

p.34.아, 밥벌이의 지겨움!! 우리는 다들 끌어안고 울고 싶다.

 

p.35

밥에는 대책이 없다. 한두 끼를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대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이것이 밥이다. 이것이 진저리 나는 밥이라는 것이다.

밥벌이도 힘들지만, 벌어놓은 밥을 넘기기도 그에 못지않게 힘들다.

술이 덜 깬 아침에, 골은 깨어지고 속은 뒤집히는데, 다시 거리로 나아가기 위해 김 나는 밥을

마주하고 있으면 밥의 슬픔은 절정에 이룬다.

이것을 넘겨야 다시 이것을 벌 수가 있는데, 속이 쓰려서 이것을 넘길 수가 없다.

이것을 벌기 위하여 이것을 넘길 수가 없도록 몸을 부려야 한다면 대체 나는 왜 이것을

이토록 필사적으로 벌어야 하는가. 그러니 이것을 어찌하면 좋은가. 대책이 없는 것이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밥에 대한 생각을 밥벌이에 대한 생각을 정말 많이 하는데

글이란 참 신기한 거 같아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렇게 가까이서 끌어당겨 읽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내 것이 된다는 거, 작가님의 날카로우면서 솔직한 시선이 위로가 되는 글이에요.

 

#서민

p.99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서민 흉내를 내고 다녀서 그런지,

구청장이나 군수, 구의원이나 군의원을 하는 사람들도 너도 나도 서민 흉내를 내고 있다.

어렸을 적에 못 먹고 못살고 지지리도 고생한 궁상을 무슨 훈장이나 되는 것처럼 떠벌리고 다닌다.

서민이란 본래 돈도 '빽'도 없이 뼛골 빠지게 고생해서 겨우겨우 먹고사는 사람이라는 뜻일 게다.

선거 때가 되니까 이 '서민'이 갑자기 성골대접을 받고 있다.

 

p.100

그렇게 뼛골 속부터 서민이고 서민이 그렇게 좋으면 서민으로 꾸역꾸역 일이나 하고 살면 되지,

대통령은 왜 하겠다는 것인가.

 

p.101

서민의 등을 두드려서 서민의 표를 어느 정도 몰아갈 수는 있겠지만, 그 표가 서민의 고통을

경감시켜주지는 못할 것이다.

 

p.102

이 사회에서 가난이란 차별이며 모멸이다.

지금,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이 서민의 흉내를 내가며 표를 달라고 애걸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서로 '진짜 서민'이니 '가짜 서민'이니 하고 싸우는 골은 그야말로 천민적이고

그 사움 속에서 정치 전체의 천민근성은 확산되어가고 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왜 스스로 높은 귀족의 정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쓰레기통 근천을

얼씬거리면서 쌍소리를 해대는가.

.

중략

.

지도자가 귀족의 명예심을 잃을 때 서민의 지옥은 시작된다.

'서민'은 귀족의 반대말이 아니다.

 

선거철이라서 그런가요.

제가 서민이라서 그런가요.

정말 촌철살인!

코로나 때문에 선거 때문에 답답한 서민의 마음을 팍~!!

역시 김훈 작가님이란 생각이 드는 글이에요.

 

 

#치욕

p.105~106

지금은 세상을 떠난 내 아버지는 일제시대 때 상해와 중경에서 김구 선생을 모셨던 임정의 청년이었다.

그분의 독립운동은 군사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역사의 정통성에 대한 그분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그분은 김구 일행과 함께 광복된 조국으로 돌아왔다.

돌아와 보니 동포들은 모두 창씨개명을 하고 일본인들 밑에서 노예처럼 비굴하게 살고 있었다고 한다.

내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아버지는 나에게 말했다.

"그 비굴한 대다수의 동포들이 바로 민족과 국토와 언어를 보전한 힘이었다"라고.

그때, 나는 내 아버지의 늙음을 사랑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 늘 그렇지만 특히, 김훈 작가의 에세이는 읽으면 읽을수록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고 

많은 것들을 배우게 돼요. 

제가 생각지 못한.. 아니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주변의 것들이 때론 신선하게 때론 차갑도록 무섭게 

다가와 저를 자극하는 거 같아요. 제가 보는 시선보다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지요. 

'치욕'편도 그랬고요. 

 참고로 김훈 작가의 아버지는 김광주 소설가에요. 역시 그 아버지의 그 아들.. 같지요.  

 

밥벌이의 지겨움 / 김훈 에세이

 

#사무라이, 예술가 그리고 김훈 /남재일과의 인터뷰

p.242

독자는 김훈을 신경 쓴다.

p.243

'아, 기자도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거구나' 싶을 만큼 낯설기도 했다.

그의 기사는 무지 꼼꼼한데도 독자에게 친절하지는 않았다.

나는 이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의 문장은 자연스런 대화가 아니라 치밀한 독백이었다.

 

p.254

기자를 보면 기자 같고 형사를 보면 형사 같고 검사를 보면 검사같이 보이는 자들은

노동 때문에 망가진 거다. 뭘 해먹고 사는지 감이 안 와야 그 인간이 온전한 인간이다.

 

글을 읽다보면 작가가 궁금해지지요.

어떤 삶을 살았기에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내가 글에서 느끼는 작가에 대한 느낌이 맞는지도 궁금하고요.

그래서 작가 인터뷰를 읽으면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은데요.

사무라이, 예술가 그리고 김훈편에서는 김훈 작가님의 인터뷰가 담겨져 있어요.

그런데 남재일님이 느낀 감정이 저와 너무 비슷해서 참 재밌게 읽었어요.

독자는 김훈을 신경 쓴다. 맞는 말입니다.

신경쓰이는 작가님의 신작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네요.

 

좋은 책은 좋은 사람을 만들지요.

양서를 읽는 기쁨을 마음껏 느끼는 요즘이에요.

오늘도 내일도 책과 함께, 좋은 책 많이 많이 리뷰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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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의 지겨움 / 김훈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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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세상/서평

밥벌이의 지겨움 / 김훈 에세이

by 새끼사자우 2020. 4. 13.

[책] 밥벌이의 지겨움 /김훈 에세이

 

p.15

한평생 연필로만 글을 쓰다보니, 잡지사 편집자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산다.

아무래도 컴퓨터로는 글이 써지지 않는다. 컴퓨터를 배우려고 한 번도 노력해 본 적이 없다.

그 물건의 편리함을 모르지는 않지만, 그 누르면 나오는 물건을 볼 때마다 왠지 나하고는 인연이

없을 것 같아서 나는 컴퓨터 배우기를 포기해 버렸다.

팔자에 없는 짓은 원래 하지 않는 게 좋다.

연필로 글을 쓰면 팔목과 어깨가 아프고, 빼고 지우고 다시 끼워 맞추는 일이 힘들다.

그러나 연필로 쓰면, 내 몸이 글을 밀고 나가는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은 나에게 소중하다.

 

김훈 작가는 연필로 쓰는 느낌이 소중하다고 하죠.

저는 독자로서 연필로 쓴 글들을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희열이 소중하고 감사해요.  

많은 글을 접하면서 탁월한 글을 만난다는 것, 그런 작가가 저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참 행운인 거 같아요.

 

밥벌이의 지겨움은 소설 '칼의 노래'의 저자 김훈의 에세이로

2002년부터 2003년까지 신문이나 잡지에 발표한 칼럼이나 에세이를 모은 것으로 

총 50여 편 정도 되고요. 기자생활을 오래한 김훈 작가 특유의 직관력과 판단력, 흔들림없는 

날카로운 인문적 사유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책이에요.   

 

 

  

#밥벌이의 지겨움

p.34.아, 밥벌이의 지겨움!! 우리는 다들 끌어안고 울고 싶다.

 

p.35

밥에는 대책이 없다. 한두 끼를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대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이것이 밥이다. 이것이 진저리 나는 밥이라는 것이다.

밥벌이도 힘들지만, 벌어놓은 밥을 넘기기도 그에 못지않게 힘들다.

술이 덜 깬 아침에, 골은 깨어지고 속은 뒤집히는데, 다시 거리로 나아가기 위해 김 나는 밥을

마주하고 있으면 밥의 슬픔은 절정에 이룬다.

이것을 넘겨야 다시 이것을 벌 수가 있는데, 속이 쓰려서 이것을 넘길 수가 없다.

이것을 벌기 위하여 이것을 넘길 수가 없도록 몸을 부려야 한다면 대체 나는 왜 이것을

이토록 필사적으로 벌어야 하는가. 그러니 이것을 어찌하면 좋은가. 대책이 없는 것이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밥에 대한 생각을 밥벌이에 대한 생각을 정말 많이 하는데

글이란 참 신기한 거 같아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렇게 가까이서 끌어당겨 읽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내 것이 된다는 거, 작가님의 날카로우면서 솔직한 시선이 위로가 되는 글이에요.

 

#서민

p.99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서민 흉내를 내고 다녀서 그런지,

구청장이나 군수, 구의원이나 군의원을 하는 사람들도 너도 나도 서민 흉내를 내고 있다.

어렸을 적에 못 먹고 못살고 지지리도 고생한 궁상을 무슨 훈장이나 되는 것처럼 떠벌리고 다닌다.

서민이란 본래 돈도 '빽'도 없이 뼛골 빠지게 고생해서 겨우겨우 먹고사는 사람이라는 뜻일 게다.

선거 때가 되니까 이 '서민'이 갑자기 성골대접을 받고 있다.

 

p.100

그렇게 뼛골 속부터 서민이고 서민이 그렇게 좋으면 서민으로 꾸역꾸역 일이나 하고 살면 되지,

대통령은 왜 하겠다는 것인가.

 

p.101

서민의 등을 두드려서 서민의 표를 어느 정도 몰아갈 수는 있겠지만, 그 표가 서민의 고통을

경감시켜주지는 못할 것이다.

 

p.102

이 사회에서 가난이란 차별이며 모멸이다.

지금,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이 서민의 흉내를 내가며 표를 달라고 애걸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서로 '진짜 서민'이니 '가짜 서민'이니 하고 싸우는 골은 그야말로 천민적이고

그 사움 속에서 정치 전체의 천민근성은 확산되어가고 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왜 스스로 높은 귀족의 정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쓰레기통 근천을

얼씬거리면서 쌍소리를 해대는가.

.

중략

.

지도자가 귀족의 명예심을 잃을 때 서민의 지옥은 시작된다.

'서민'은 귀족의 반대말이 아니다.

 

선거철이라서 그런가요.

제가 서민이라서 그런가요.

정말 촌철살인!

코로나 때문에 선거 때문에 답답한 서민의 마음을 팍~!!

역시 김훈 작가님이란 생각이 드는 글이에요.

 

 

#치욕

p.105~106

지금은 세상을 떠난 내 아버지는 일제시대 때 상해와 중경에서 김구 선생을 모셨던 임정의 청년이었다.

그분의 독립운동은 군사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역사의 정통성에 대한 그분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그분은 김구 일행과 함께 광복된 조국으로 돌아왔다.

돌아와 보니 동포들은 모두 창씨개명을 하고 일본인들 밑에서 노예처럼 비굴하게 살고 있었다고 한다.

내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아버지는 나에게 말했다.

"그 비굴한 대다수의 동포들이 바로 민족과 국토와 언어를 보전한 힘이었다"라고.

그때, 나는 내 아버지의 늙음을 사랑할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 늘 그렇지만 특히, 김훈 작가의 에세이는 읽으면 읽을수록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고 

많은 것들을 배우게 돼요. 

제가 생각지 못한.. 아니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주변의 것들이 때론 신선하게 때론 차갑도록 무섭게 

다가와 저를 자극하는 거 같아요. 제가 보는 시선보다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지요. 

'치욕'편도 그랬고요. 

 참고로 김훈 작가의 아버지는 김광주 소설가에요. 역시 그 아버지의 그 아들.. 같지요.  

 

밥벌이의 지겨움 / 김훈 에세이

 

#사무라이, 예술가 그리고 김훈 /남재일과의 인터뷰

p.242

독자는 김훈을 신경 쓴다.

p.243

'아, 기자도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거구나' 싶을 만큼 낯설기도 했다.

그의 기사는 무지 꼼꼼한데도 독자에게 친절하지는 않았다.

나는 이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의 문장은 자연스런 대화가 아니라 치밀한 독백이었다.

 

p.254

기자를 보면 기자 같고 형사를 보면 형사 같고 검사를 보면 검사같이 보이는 자들은

노동 때문에 망가진 거다. 뭘 해먹고 사는지 감이 안 와야 그 인간이 온전한 인간이다.

 

글을 읽다보면 작가가 궁금해지지요.

어떤 삶을 살았기에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내가 글에서 느끼는 작가에 대한 느낌이 맞는지도 궁금하고요.

그래서 작가 인터뷰를 읽으면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은데요.

사무라이, 예술가 그리고 김훈편에서는 김훈 작가님의 인터뷰가 담겨져 있어요.

그런데 남재일님이 느낀 감정이 저와 너무 비슷해서 참 재밌게 읽었어요.

독자는 김훈을 신경 쓴다. 맞는 말입니다.

신경쓰이는 작가님의 신작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네요.

 

좋은 책은 좋은 사람을 만들지요.

양서를 읽는 기쁨을 마음껏 느끼는 요즘이에요.

오늘도 내일도 책과 함께, 좋은 책 많이 많이 리뷰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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