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류시화 엮음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알프레드 디 수자-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와요.
어릴 땐 처마 밑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시집도 읽고 편지도 쓰고 참 좋았는데
이젠 아파트에 살다보니 처마 밑 빗소리가 옛 일이고, 편지는 까마득하기만 하네요.
손편지는커녕 이메일로도 편지를 안쓰니 쓸 곳도 잃은 듯 해요..
다들 잘 살고 있는지...
비가 오는 날, 집에 있으면 참 좋아요.
사느라 바빴던 시간과는 달리 멈춘듯 한 느낌으로 지나온 나날들을 되돌아볼 수 있으니까요.
시집도 뒤적거리게 되고 옛날에 썼던 일기도 들여다보고 모아둔 편지도 보고요.
이런날 읽으면 참 좋은 시집이 하나가 있어요.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 엮음
워낙 유명한 시인이고 사랑받는 시집이지요. 시가 다 그렇겠지만 류시화 시집은 특히 더 그런 것같아요.
여러번 읽었는데도 처음 읽는 듯, 새롭게 다가오는 느낌이 참 오묘해요.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 서기관에서부터 인디언들, 중세 시인, 티베트의 현자 등등
41세기에 걸쳐 시대를 넘나드는 많은 시인들의 노래가 담겨 있어서 그런걸까요.
p.19
슬픔의 돌 / 작자 미상
슬픔은 주머니 속 깊이 넣어 둔 뽀족한 돌멩이와 같다.
날카로운 모서리 때문에
당신은 이따금 그것을 꺼내 보게 될 것이다.
비록 자신이 원치 않을 때라도.
때로 그것이 너무 무거워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힘들 때는
가까운 친구에게 잠시 맡기기도 할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머니에서
그 돌멩이를 꺼내는 것이 더 쉬워지리라.
전처럼 무겁지도 않으리라.
이제 당신은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때로는 낯선 사람에게까지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당신은 돌멩이를 꺼내 보고 놀라게 되리라.
그것이 더 이상 상처를 주지 않는다는 걸 알고,
왜냐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당신의 손길과 눈물로
그 모서리가 둥글어졌을 테니까.
p.20
기도/라빈드라나트 타로그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고
위험에 처해도 두려워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고통을 멎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고
고통을 이겨 낼 가슴을 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생의 싸움터에서 함께 싸울
동료를 보내 달라고 기도하는 대신
스스로의 힘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두려움 속에서 구언을 갈망하기보다는
스스로 자유를 찾을 인내심을 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내 자신의 성공에서만 신의 자비를 느끼는
겁쟁이가 되지 않도록 하시고
나의 실패에서도 신의 손길을 느끼게 하소서.
p.52
사막/오르텅스 블루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나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직힌 발자국을 보려고.
p.114
신과의 인터뷰/작자 미상
어느날 나는 신과 인터뷰하는 꿈을 꾸었다.
신이 말했다.
'그래, 나를 인터뷰하고 싶다구?'
내가 말했다.
'네, 시간이 있으시다면.'
신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의 시간은 영원,
내게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
무슨 질문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가?'
내가 물었다.
'인간에게서 가장 놀라운 점이 무엇인가요?'
신이 대답했다.
'어린 시절이 지루하다고 서둘러 어른이 되는 것
그리고는 다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기를 갈망하는 것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잃어버리는 것
그리고는 건강을 되찾기 위해 돈을 다 잃는 것
미래를 염려하느라 현재를 놓쳐 버리는 것
그리하여 결국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지 못하는 것
결코 죽지 않을 것처럼 사는 것
그리고는 결코 살아본 적 없는 듯 무의미하게 죽는 것.'
신이 나의 손을 잡았다.
우리는 잠시 침묵에 잠겼다.
그런 다음 내가 겸허하게 말했다.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이 자식들에게 그 밖에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신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내가 이곳에 있음을 기억하기를.
언제나, 모든 방식으로.'
이 외에도 70여 편이 넘는 시가 수록되어 있는데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정말 마음에 와닿는 시들이 많을거예요.
이 시집을 읽다보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건 '사람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을 담을 줄 아는, 깨달을 줄 알고, 사랑할 줄 알고, 마음을 나눌 줄 아는
시인들의 시선이 언제나 제 마음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죠.
p.138
시는 인간 영혼의 자연스런 목소리다. 그 영혼의 목소리는 속삭이고 노래한다.
그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잠시 멈추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삶을 멈추고 듣는 것'이 곧 시다. 시는 인간 영혼으로 하여금 말하게 한다.
그 상처와 깨달음을. 그것이 시가 가진 치유의 힘이다.
상처없는 삶은 없겠지요.
오늘은 좋은 시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으로 삶을 위로받고 이겨내고 나아가면 좋겠어요.
늘 평온하기를... 시가 있는 하루가 되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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